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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트 리스크

by 영화보자 2025.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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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월버그 주연의 2025년 신작 영화 《플라이트 리스크》는 끝없이 고도 상승 중인 소형 비행기 안, 조종사도 통신도 없는 공중에서 싸이코패스 연쇄 살인범과 엮이게 된 연방 요원의 숨 막히는 생존 사투를 그린다. 날아가는 기체 안에서 폭주하는 광기와 배신, 반전의 연속으로 관객을 단숨에 압도하는 리얼 생존 재난 스릴러다.

영화 포스터

1. 평범한 이송 작전, 하늘 위에서 뒤바뀌다

영화는 미국 남부, 한적한 공항에서 출발하는 작은 비행기로 시작된다. 연방 보안요원 ‘메린’(Michelle Dockery 분)은 정체불명의 피의자 ‘윈스턴’을 수송하기 위해 전용기를 이용하게 되며, 기장은 나긋한 말투의 ‘데릴’(Mark Wahlberg 분)이 맡는다. 평범해 보이는 이 비행은 곧바로 평온함과 불안함 사이를 오가며 긴장을 조성한다. 데릴은 수시로 무례한 농담을 던지고, 윈스턴은 묘하게 침착하면서도 범죄자답지 않은 말투와 태도로 일관한다. 관객은 시작부터 이들이 숨기고 있는 과거와 정체에 의문을 품게 된다. 영화는 빠르게 ‘조종사 면허증이 떨어진다’, ‘GPS가 먹통이다’라는 디테일을 하나씩 흘리며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기내에서의 갈등은 데릴이 갑작스럽게 본색을 드러내며 폭주하면서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데릴은 단순한 조종사가 아닌, 사실 카르텔 조직의 연쇄 살인마이자 내부 정보 유출자로 밝혀지며, 그의 진짜 임무는 윈스턴의 암살임이 드러난다. 갑작스러운 공격으로 메린은 기절하고, 윈스턴은 잠시 해방된다. 그러나 윈스턴 역시 안전한 인물이 아니며, 카르텔 내부의 중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복잡한 인물이다. 이들은 비행기 안에서 서로를 견제하고 동시에 협상하려는 독특한 관계를 형성한다. 특히, 윈스턴이 "너의 엄마도 위험하다"고 말하며 메린을 협박하는 장면은 스릴러적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여기에 더해 기내 무선 통신은 거의 먹통이며, 유일한 연락 수단인 휴대전화를 통해 가까스로 관제실과 연결되며 절망적인 구조 요청이 이어진다. 하지만 그 관제 본부마저도 ‘내부 스파이’가 있었음이 드러나며, 외부 도움은커녕 더 큰 위협으로 확산된다. 영화는 이 모든 상황을 극도의 제한된 공간, 곧 밀폐된 공중의 기내 공간에서 구성함으로써 ‘언제, 어디서든 탈출할 수 없는 공포’를 만들어낸다. 일반적인 액션 블록버스터가 아닌, 서바이벌 스릴러의 미니멀리즘이 압축적으로 담겨 있는 지점이다.

2. 비행기의 방향은 어디로? 광기와 전략 사이의 숨막히는 공중 심리전

《플라이트 리스크》의 핵심은 ‘단순한 도망’이 아니라 ‘비행기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치밀한 두뇌 싸움’에 있다. 데릴은 단순한 연쇄 살인범이 아니다. 그는 조종사이자 심리 조종자이며, 자신의 폭력을 철저히 계산해 사용하는 전략가다. 메린은 그를 통제하려고 하지만, 점점 데릴에게 주도권을 빼앗기고, 반대로 윈스턴은 혼란한 틈을 이용해 메린에게 협상과 회유를 반복한다. 이 ‘3자 갈등 구도’는 영화 내내 누구도 완전히 믿을 수 없게 만든다.

극의 중반부에서는 비행기가 설산 상공을 지나면서 외부 환경까지 협공의 위협 요소로 등장한다. 이때 데릴은 윈스턴을 부추겨 조종법을 알려달라고 압박하고, 윈스턴은 이를 역이용해 구조의 실마리를 찾으려 한다. 이 장면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실제로 조종사가 아니면서도 비행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 속 압박감이다. 날씨는 점점 악화되고, 통신은 먹통, 연료는 한정적이며, 내부에는 살인마가 날뛰는 상황. 이 총체적 난국을 각각 다른 전략으로 풀어내는 세 인물의 심리전은 단순한 '기내 추격전' 이상의 몰입을 안긴다.

또한 데릴의 광기는 단순한 폭력성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그는 과거의 연쇄 살인을 ‘의미 있는 복수’로 정당화하며, 스스로를 정의롭다고 믿는 병적 사이코패스이다. 그의 대사는 단순히 무섭기보다 ‘납득이 갈 만큼 이성적’이기에 더욱 섬뜩하다. 이 지점이 이 영화가 공포를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악당을 단순한 괴물로 그리지 않고, 그 스스로를 설득력 있는 인간으로 만드는 방식은 관객을 더욱 혼란스럽고 긴장하게 만든다. 동시에 윈스턴 역시 완벽히 선한 인물이 아니기에, 관객은 누가 진짜 주인공이고 누가 더 위험한 인물인지 끝까지 판단하기 어렵게 된다.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는 본격적인 육체적 결투와 심리적 균열을 병행한다. 데릴이 메린의 과거를 들추고, 윈스턴이 생존을 위한 최후의 도박에 나서는 가운데, 기체는 결함으로 인해 위험수위까지 치닫는다. 이때 메린은 자신의 손가락을 꺾어 결박을 풀고 총을 빼앗으며, 영화는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간다. 이 장면은 메린의 인간적인 약함과 동시에 결단력 있는 강인함을 모두 보여주는 장면으로, 그 어떤 화려한 총격전보다 강렬한 감정선을 전달한다.

3. 하늘 위 최후의 선택, 그리고 또 다른 위협의 시작

영화의 마지막 30분은 말 그대로 폭풍 속으로의 돌진이다. 데릴은 생존을 위해 끝까지 반격을 감행하고, 윈스턴은 부상에도 불구하고 메린을 구하려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낸다. 결국 비행기는 산악 지대의 활주로 근처에서 불안정한 착륙을 시도하게 되고, 탈출구를 찾던 데릴은 기체 밖으로 튕겨져 나가면서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 이 장면은 단순한 ‘악당의 퇴장’이 아니라, 영화 전체에서 반복된 ‘자신이 만든 위험에 스스로 갇히는 인간’이라는 주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한편, 윈스턴은 가까스로 구조 헬기에 이송되며 치료를 받게 되고, 메린은 비행기에서 겪었던 진실과 광기, 내부 스파이의 존재까지 전부 파악한 채 국토안보부로 복귀한다. 그리고 영화는 끝까지 방심하지 않는다. 마지막 장면, 메린 앞에 다시 등장한 ‘조종사 복장의 인물’은 아직 위협이 끝나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그리고 메린은 그에게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며 영화는 열린 결말로 마무리된다.

이 장면은 후속작을 예고하는 동시에, 이 영화가 단순히 하나의 사건으로 완결되는 폐쇄형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즉, ‘위험한 조직의 그림자’는 언제든 다시 등장할 수 있다는 공포를 남기는 것이다. 또한, 영화는 현실적인 위협과 구조적 부패, 정보 유출의 문제까지 언급하면서, 단지 비행기 안의 공포만이 아닌 사회 전반의 취약성과 무력함까지 함축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플라이트 리스크》는 단순한 생존 스릴러를 뛰어넘는다. 폐쇄된 공간에서의 탈출극, 사이코패스의 심리전, 그리고 조직 내부의 배신까지, 이 영화는 심플한 구조 안에 수많은 장르적 요소들을 섞어내며 지적 긴장감과 감정적 몰입을 모두 만족시킨다. 마크 월버그의 연기는 광기와 유머, 공포를 절묘하게 오가며 중심을 잡아주고, 미셸 도커리는 의외의 강단과 깊이를 보여주는 여성 주인공으로서 존재감을 확실히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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