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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텐션 (Haute Tension)"

by 영화보자 2025.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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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시골 밤, 초인종을 누른 의문의 남자. 그리고 시작되는 잔혹한 살육극. 프랑스 공포 영화 《엑스텐션 (Haute Tension, 2003)》은 단순한 슬래셔물이 아니다. 영화는 공포의 외피를 입고, 광기와 사랑, 분열된 자아가 만들어낸 충격적인 반전을 향해 질주한다. “누가 누구를 죽였는가?”라는 질문은 마지막 한 장면에서 완전히 뒤집히고, 관객은 진실을 마주한 후 오랜 침묵에 잠기게 된다. 심약자 관람 주의, 당신의 상식을 무너뜨릴 작품.

영화 속 한 장면

1. 고요한 시골에 찾아온 살육의 밤

영화는 두 친구 메리와 알렉스가 주말을 맞아 알렉스의 부모님이 계신 시골 집을 방문하면서 시작된다. 한적한 농가, 따스한 저녁 햇살. 하지만 이 고요는 곧 피로 물든다.

밤이 되자 정체불명의 낡은 트럭이 집 앞에 도착하고, 초인종이 울린다. 알렉스의 아버지가 문을 여는 순간, 끔찍한 칼날이 그의 목을 가른다. 트럭 운전자는 잔혹하게 가족들을 하나씩 살해하며 알렉스를 결박하고 납치한다.

메리는 가까스로 숨으며 이 광경을 목격한다. 그녀는 알렉스를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트럭을 쫓고, 그 과정에서 편의점에서도 참극이 벌어진다. 메리는 범인을 막기 위해 총을 들고 저항하지만, 점점 상황은 이상하게 흐르기 시작한다.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가?
모든 것이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얽히는 가운데, 관객은 점점 낯선 이질감을 느끼게 된다.


2. 숨 가쁜 추격, 그리고 뒤틀리는 현실

편의점에서 벌어진 총격전. 메리는 화장실에 숨어 목숨을 건지지만, 곧 경찰이 도착해 CCTV를 확인하면서 충격적인 장면이 드러난다. 범인은 다름 아닌 메리 자신이었던 것.

우리가 봐온 ‘살육자’는 메리의 환상에 불과했고, 모든 범행은 그녀의 손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녀는 알렉스를 구하려 했던 것이 아니라, 그녀의 내면에서 끓어오른 소유욕과 사랑이 분열된 자아를 만들어낸 것이었다.

메리는 이중 인격을 가진 상태였고, 알렉스를 향한 왜곡된 사랑이 그녀를 ‘구원자’로 착각하게 만들었으며, 실은 자신이 만들어낸 환상의 살인자 ‘트럭 운전사’ 뒤에 숨어 범행을 저질러왔던 것이다.

트럭, 총, 도주, 납치, 모든 것은 그녀의 머릿속에서 벌어진 이야기였다.
그리고 피해자였던 알렉스는, 오히려 그녀의 광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도망치는 입장이었다.


3. 사랑이라는 이름의 광기 – 충격의 결말

알렉스는 가까스로 메리의 공격을 피하고 탈출을 시도하지만, 끝내 메리에게 붙잡힌다. 그녀는 알렉스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누구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다고 속삭인다. 하지만 알렉스는 망설임 없이 메리를 찌른다. 그녀는 쓰러지며 끝까지 말한다. “널 사랑해.”

이후, 정신병원에 수감된 메리는 알렉스의 면회를 받는다. 알렉스는 유리창 너머에서 그녀를 바라보지만, 메리는 손을 뻗어 그녀의 존재를 ‘감지’한다. 이 장면은, 그녀의 광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어쩌면 그녀의 내면에서 알렉스를 향한 집착은 여전히 살아 있음을 암시한다.

《엑스텐션》은 단순한 슬래셔가 아니다. 이 영화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어떻게 광기로 전이되고, 그 집착이 어떻게 현실을 왜곡하며, 결국 파괴를 부르는지를 날카롭게 보여준다.

“나는 널 사랑해, 그래서 널 지킬 거야.”
이 말이 이토록 무서웠던 적이 있을까?


결론

《엑스텐션》은 관객에게 묻는다.
"지금까지 네가 봐온 현실은 진짜였는가?"

정교한 반전, 서스펜스를 극대화하는 연출, 그리고 광기의 심연을 들여다보게 하는 서사.
이 영화는 단순한 유혈극이 아니다.
사랑이 집착으로, 집착이 파괴로, 파괴가 광기로 번져가는 서늘한 심리극이다.

결말까지 다 보고 나면, 다시 처음부터 돌아가 재감상하고 싶어진다.
다시 보면, 모든 복선이 너무나 정교하게 숨겨져 있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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