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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프리딕터블/2024

by 영화보자 2025.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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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집착, 배신, 그리고 파국. 이 영화는 그 어떤 K-막장 드라마도 따라올 수 없는 치정극의 끝을 보여준다. 남편의 폭력, 아들의 음란한 시선, 딸의 복수, 친구의 침묵, 그리고 죽음으로 얼룩진 진실. 블러드는 한 여인의 불행을 중심으로 수많은 감정들이 얽히고설킨 잔혹한 이야기다. 누가 착하고 누가 악한지조차 불분명한 이 서사는, 결국 모든 인물들을 파멸로 몰아간다. 누구 하나 웃지 못한 결말, 그 안에서 인간의 민낯이 처절하게 드러난다. 이보다 더 파괴적인 가족은 없었다.

영화의 한 장면

🩸 1. 착한 척하는 지옥, 남편·친구·아들의 그 ‘웃는 얼굴’

고층 아파트에서 한 여인이 투신한다. 시작부터 충격이다. 그녀의 소지품에서 나온 낯선 라이터 하나가 단서가 되고, 경찰은 주변 인물들을 조사해 나간다. 중심에 선 인물은 ‘마르티나’. 한때는 평범한 강사였지만, 성공한 사업가 보이치와 결혼하며 지옥의 문을 열게 된다. 남편은 외도와 폭력을 반복하고, 마르티나는 딸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침묵을 삼켜야 했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단 한 명, 오래된 친구 ‘알리샤’가 있었다. 유일한 위로이자 또 다른 비극의 시작점. 그녀의 집에 살고 있는 잘생긴 아들 다니엘은, 마르티나의 삶에 금기된 욕망을 일깨운다.
다니엘은 어머니 알리샤의 그늘 아래 자랐지만, 병적인 성적 집착과 주체할 수 없는 충동을 지닌 남자. 마르티나는 처음엔 경계했지만, 결국 그에게 끌려 넘어가게 된다. 문제는 이들의 관계를 목격한 또 다른 피해자, 다니엘의 여자친구 ‘아델리나’였다. 그녀 역시 엄마에게 버림받고, 아빠에게 외면당한 채 정서적 고립 속에서 다니엘에게 집착하고 있었다. 이처럼 영화는 겉으로는 ‘정상 가정’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감정과 욕망이 병든 사람들이 서로를 갉아먹으며 살아가는 지옥을 그린다. 웃으며 주고받는 일상 대화 속에 무서운 증오와 질투가 숨어 있는 구조. 그 불균형이 마침내 폭발하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 2. 숨겨진 과거, 폭로된 관계, 그리고 끝없이 터지는 진실들

다니엘과 마르티나의 관계는 감춰질 수 없었다. 아델리나는 결국 이 둘의 관계를 확신하고, 복수를 다짐한다. 그런데 그녀가 마르티나를 고발하기 위해 찾아간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친부였던 보이치의 회사. 즉, 그녀의 엄마 요한나를 버리고 떠났던 바로 그 남자였다. 한 여자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가정을 꾸린 남자, 그리고 그 남자의 친딸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버린 아델리나는 더 이상 분노를 숨기지 못한다. 이 시점에서 영화는 명확히 선을 긋지 않는다.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인지, 모든 캐릭터가 가해와 피해를 동시에 품은 이중적 존재로 그려진다.
마르티나는 딸을 데리고 야반도주를 감행하지만, 이미 주변은 그녀의 과거를 알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무심코 돌려본 남편의 세탁물에서 다른 여성과의 정사 흔적을 발견하고, 동시에 자신이 빠진 욕망의 함정 또한 깨닫는다. 하지만 그녀는 이중 플레이를 멈추지 않는다. 남편을 속이고, 친구를 속이며, 다니엘과의 관계를 지속한다.
결국 이 모든 관계는 한순간의 감정 폭발로 정리된다. 남편의 회사에 낙서를 남긴 여성, 후드티를 입고 찾아온 아델리나, 그리고 그 모든 정보를 품고 있던 CCTV. 누구 하나 이 상황을 멈추지 않는다. 감정은 이미 선을 넘었고, 복수의 칼날은 사방에서 들이닥친다. 마르티나는 도망치고, 아델리나는 고발하고, 다니엘은 새로운 여성을 찾는다. 그리고 남편 보이치는 이제야 아내의 실체를 눈치채기 시작한다.

☠️ 3. 결국 누구도 웃지 못한 결말, 이기심의 종착지

영화의 마지막 20분은, 마치 ‘한 방에 모든 인물의 인생을 비트는’ 주말극의 하이라이트 같다. 요한나의 죽음은 결국 그녀 스스로의 선택이었다. 다니엘, 마르티나, 보이치, 아델리나—누구도 그녀를 직접 죽이지 않았지만, 모두가 간접적으로 그녀를 지옥으로 밀어넣었다. 마르티나는 지하실에 감금되었다가 구조되며 세상에 진실을 알리고, 보이치는 법정에 서게 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욕망과 기만, 책임회피와 복수가 낳은 파국이 드러난다.
놀랍게도 영화는 여기에 ‘법적 정의’도, ‘사적 복수’도 완전한 종결을 주지 않는다. 알리샤는 모든 진실을 알게 되지만, 경찰에 말하지 않는다. 그녀는 단지 조건을 내건다. “이제 다시는 내 아들에게 접근하지 마.” 이 말 한마디가, 이 영화의 결말을 가장 씁쓸하게 만든다. 정의도 복수도 아니지만, 가장 인간적인 종결.
결국 영화는 이 질문을 남긴다. "사람은 왜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상처를 줄까?". 누구 하나 제대로 행복하지 못한 채 끝나는 이 영화는,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더 무섭다. 파국은 거창한 게 아니다. 작은 거짓말, 작은 욕망, 작은 질투가 쌓여 결국 누군가는 건물 아래로 떨어진다.
당신도 이 이야기 속에 있었다면,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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