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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노스맨 (The Northman, 2022)

by 영화보자 2025.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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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노스맨》은 전설 속 바이킹 왕자 암레트의 처절한 복수를 그린 초대형 대서사극이다. 왕국을 배신당하고 가족을 잃은 어린 왕자는 냉혹한 바이킹 전사가 되어, 다시 아이슬란드로 돌아온다. 무자비한 복수의 길 위에서 그는 인간성과 숙명을 오가며 자신의 운명을 선택한다. 북유럽 신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걸작.

영화 포스터

1. 왕자의 피, 복수의 칼날이 되다

영화는 바이킹 전사 아우르반디르 왕의 귀환으로 시작된다. 그는 전쟁에서 승리하고 수많은 전리품과 포로들을 데리고 돌아온다. 백성들은 환호하고, 그는 아내와 어린 아들 암레트에게 값진 선물을 안기며 축복의 순간을 누린다. 하지만 그 평화는 오래가지 못한다. 권력의 야망에 사로잡힌 그의 동생 폴리르는 왕을 배신하고 잔인하게 죽이며, 암레트까지 죽이려 한다. 겨우 목숨을 부지한 암레트는 홀로 도망쳐 바다를 건너고, 마침내 바이킹족의 일원이 되어 잔혹한 전사로 성장한다.

이 초반부는 영화 전체의 서사를 이끄는 동기이자, ‘복수’라는 숙명의 서막이다. 어린 시절의 암레트는 사랑과 정의가 세상의 중심인 줄 알았지만, 배신과 피, 죽음이 그것을 산산조각 낸다. 이후 그는 자신을 사람으로 키워준 아버지의 죽음, 어머니의 배신,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 살아남으며 "I will avenge you, father. I will save you, mother. I will kill you, Fjölnir."라는 주문처럼 반복되는 복수의 맹세를 심장에 새긴다. 이 복수의 언어는 영화 내내 등장하며, 주인공의 정체성과 운명을 상징한다.

그리고 암레트는 복수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린다. 이름도, 인간성도, 감정도. 그는 냉혈한 바이킹이 되어 수많은 마을을 침공하고, 피로 얼룩진 전장에서 생존하는 법을 배운다. 이 잔혹한 전사의 길은 단지 그가 강해지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그는 철저히 ‘도구’가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복수의 도구. 이 과정은 단순한 영웅서사가 아니라, **피와 정신의 파괴를 담은 ‘변형된 오이디푸스 신화’**처럼 느껴진다. 암레트는 그의 고통이 무언가를 회복해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스스로 괴물이 되어간다.

2. 전설의 검과 운명의 여정, 북유럽 신화가 깃든 세계

암레트는 마침내 아이슬란드에 도착한다. 그의 목표는 하나, 숙부 폴리르를 죽이는 것. 하지만 그 여정은 단순한 피의 복수극이 아니다. 영화는 북유럽 신화, 토속신앙, 주술과 꿈의 이미지들을 복합적으로 구성하여, 현실과 환상이 혼재된 운명적 세계관을 구축한다. 암레트는 주술사의 계시를 받고, 아버지의 잘린 머리를 보며 죽은 자의 말을 듣는다. 그리고 언데드 전사와 싸워 전설의 검 드라우그르(Draugr)를 획득하는 장면은 단순히 판타지가 아닌, 고대인의 세계관 속 사후세계와 운명의 상징이다.

영화의 서사는 점점 더 내면화된 신화 서사로 들어간다. 암레트는 복수의 칼날을 숨긴 채 폴리르의 농장에서 노예로 잠입하고, 그의 아내이자 과거 자신의 어머니와 재회한다. 그러나 그는 더 큰 충격에 빠진다. 어머니는 과거의 지옥 같은 삶에서 벗어나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말하며, 암레트의 복수를 이해하지 못한다. 심지어 자신이 과거에 폴리르와 함께 아우르반디르 왕을 죽이도록 유도했다고 고백한다. 이 장면은 복수와 가족의 관계를 완전히 전복시키는 전개다.

암레트의 복수는 이제 개인적인 정의가 아닌 비극적인 숙명이 된다. 올가라는 여인을 통해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보지만, 그는 결국 이 세계를 떠나지 못한다. 자신의 피, 복수, 그리고 전사의 운명을 끝까지 짊어지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그는 폴리르의 첫째 아들을 죽이고, 둘째 아들과 어머니까지 잃게 만들며 결국 마지막 결투의 장으로 나아간다.

이 결투 장면은 마치 **북유럽 신화의 라그나로크(세상의 종말)**처럼 연출된다. 화산 속에서 벌어지는 마지막 결투는 불과 피, 운명과 숙명의 충돌이며, 결국 암레트는 폴리르를 처단하지만 자신 또한 심장에 칼을 맞고 장렬히 쓰러진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통해 복수를 완성하고, 후손을 지킬 수 있는 길을 마련한다.

3. 복수인가, 해방인가 – 인간으로 남는 길에 대한 질문

《더 노스맨》은 복수극의 외피를 썼지만, 그 본질은 오히려 **"인간으로 남을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암레트는 복수를 통해 고통을 멈추려 하지만, 그 복수는 더 많은 피와 고통을 낳는다. 그의 복수는 정당하지만, 동시에 스스로를 괴물로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그는 끝까지 인간의 얼굴을 잃지 않기 위해, 사랑하는 여인 올가와의 이별을 감수하고 아이를 지키기 위한 선택을 한다.

이 영화의 강렬한 메시지는 “모든 복수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단순한 진리를 넘어선다. 암레트는 복수의 끝에서 자신이 누구였는지, 무엇을 지키고 싶었는지를 깨닫는다. 그리고 결국 죽음을 받아들이는 결말은, 그에게 있어 하나의 해방이며 승리이기도 하다.

기술적으로도 《더 노스맨》은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한다. 1000억 원이 넘는 제작비, 실물 세트 촬영, 전통 바이킹 선박과 무기 고증, 북유럽 신화를 충실히 구현한 의상과 건축 양식 등은 이 영화를 단순한 블록버스터가 아닌 문화적 재현에 가까운 예술 작품으로 만든다. 알렉산데르 스카르스고르드는 야수 같은 몸과 눈빛으로 바이킹의 육체성과 운명을 완벽하게 표현했으며, 니콜 키드먼, 안야 테일러 조이, 클라스 방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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